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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즐거움 : 윤동주처럼 시를 쓰다 ㅣ 쓰면서 읽는 한국명시 1
윤동주 지음, 북스테이 편집부 엮음 / 북스테이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입학식이 끝나고, 캠퍼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윤동주 시비였다. 평소 그의 시를 즐겨 읽었고, 읽다보면 내 마음까지 청명해지는 느낌이 참 좋았었다. 그래서 시비를
찾아 거기에 새겨져 있는 ‘서시’를 읽어보고 그 앞에서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어 남겨놓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나중에 교수님에게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시에서 느껴지는 맑고 순수한 느낌도 있지만 상당히 의지가 강하고 신념있는
인물로 느껴지는 면이 많아서 그의 시를 다시 읽어본 기억도 있다.
영화 ‘동주’가 개봉하면서
윤동주 시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인지 복각본같은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덩달아 참 행복하다. 그 중에 먼저 만나본 것은 바로 ‘필사의 즐거움 윤동주처럼 시를
쓰다’이다. 이 책에는 그의 대표적인 시 51편과 산문 2편이 실려 있고,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컬러링북이나 스크래치북 그리고 커팅북처럼 읽는 것 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책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 내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은 필사북이다. 이 책 역시
펜을 들고 윤동주처럼 글을 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노트형식이 아니라 원고지
형식이었으면 정말 윤동주처럼 시를 쓰는 기분이 났을 거 같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정말 좋은 시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또한 필사를 하면서 내
마음에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어 행복했다. 그래서 윤동주의 시가 더욱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서시’, ‘별헤는 밤’, ‘참회록’, ‘쉽게 씌여진 시’,
‘자화상’처럼 평소에도 좋아하던 시를 필사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의 시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것도 행복했다. 특히 봄이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봄’이란 시를 필사할때는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라는 시내용처럼 푸르른 느낌이 종이에서
솟쳐서 내 손끝까지 물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시는 소리내어 읽어보면 마치 동요처럼 리듬감이
맑아서, 이 계절과 참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리고 펜을
들어 필사를 하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이렇게 다시 한번 써보기도 했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