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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의 아트 카페 - 명화로 엿보는 세상 풍경
이주헌 지음 / 미디어샘 / 2016년 2월
평점 :
미술 이야기꾼 이주헌의 <ART CAFE>는 ‘명화로 엿보는 세상 풍경’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장 미쉘 바스키아와 함께 그라피티 아트를 대표하는 키스 해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14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엑스파일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노숙자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허물려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와중에, 그 곳에서 작품성 있어보이는 그림들을 따로 수집하는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의 논리라는 것은 그 어떤 곳에서도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논리에 강했던 인물은 후기 인상파의 거장 폴 고갱이었다. 물론
화가가 되기 전에 증권 브로커로 일하기도 했던 그이기도 하지만, 인상파 원로 피사로에게 “고갱은 무서운 비즈니스맨이야”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나 역시 그가 타히티에서 남긴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가 타히티로
간 것은 파리의 부르주아들의 심리를 읽어낸 것이기도 했다니 그의 혜안이 놀랍기도 하다. 물론 모든 것이
그의 계산대로 된 것은 아니다. 자신이 거장이 될 것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예견했지만, 자신의 예술에 대한 반응은 조금 빠르게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작품을 계속 그려냈기 때문에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그 동안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불타는 창작열에 자신의 삶을 어느정도 희생시킨 느낌을 받곤 했었다. 하지만
폴 고갱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나에게 신선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또한 자신의 예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보인 렘브란트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동화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루벤스의 그림처럼 반 고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을 그린 화가가 렘브란트이기도 하다. 반
고흐가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보고, "이 그림을 일주일 동안 계속 볼 수 있게 해준다면 내 목숨에서
10년이라도 떼어줄 텐데......."라고 말했다니 다시 한 번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주목했던 것은 바로 그의 자화상이다. 명예와
부를 누리던 그가 파산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두 개의 자화상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고
늙은 모습이 그대로 옮겨진 그림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머리쪽에 깃든 따듯한 색조의 빛이었다. 심지어
영광을 누리던 시절에 그려낸 ‘황금 고리줄을 두른 자화상’속의
황금 고리줄보다 더욱 찬란한 빛으로 느껴진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겠지만, 또 자신이 지나온 세월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아닐까 해서 1660년에
그려진 ‘이젤 앞에서의 자화상’이 더욱 내 마음에 오래 기억되고
있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