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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우리 젊은 날 복각판 세트 - 전3권 - 응답하라1988 그 시집 - 1988년 전국 대학가 익명, 낙서, 서클 시 모음집 ㅣ 슬픈 우리 젊은 날 복각판
사회와 문학을 생각하는 모임 엮음 / 스타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서울'대학가 익명詩 모음 208편, '전국'대학가
낙서詩 모음 241편, '서울'대학가 서클詩 모음 174편을 담아낸 <슬픈 우리 젊은 날>은
1988년 발간되어 200만부 이상이 팔린 초밀리언셀러 시집이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1988>에서 운동권 대학생으로 등장한 ‘보라’도 열독했던 시집이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초판본의 ‘인쇄 활자’ 상태까지 그대로 복원한 복간판이 출판되었다.
우리의 연약함이
순수함의 척도가 될 수 없듯이
우리의 냉정함이 강함의 척도가 될 순 없다.
연세대 앞 café 李箱
요즘 말로 하자면 ‘오글오글’거리는
글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칸트의 이야기’를 인용한 시를 읽고 나니 문득 그렇게 오글거린다고 표현할 정도의 생각을 해본 적이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칸트가 말했던 첫번째 단계인 ‘물 흐르듯이 인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자’가 삶의 큰 그림이라고 말하면서, 그 다음 단계라고 하는
‘삶을 고민하며 투쟁적으로 이끌어 가는 자’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조금은 머쓱한 일이기도 하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던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른다.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그 시절의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결국 프레임에 갇혀버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연세대 학생회관 화장실에
적혀있었다는 ‘조심해라’, 최저임금이지 최종임금은 아니라는
하지만 실제로는 최종임금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5층 열람실에 있던 ‘최저임금제의 정의’ 같은 글은 지금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들은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취업난에 만들어진 신조어인줄로만 알고 있었단 “취就집=취직+시집”이라는 말이 나와서 놀랍기도 했다.
대학교의 서클실 낙서장이나 화장실벽 혹은 ‘café’에 남겨져 있던
익명시들을 읽다보니, 문득 대학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때는
‘동아리’라고 했었는지만,
막상 그시대의 써클명이나 카페이름을 보면 한글이 많아서 재미있기도 했다. 동아리방을 줄여서
말하던 ‘동방’에 가면, 실제로도
그런 낙서들이 꽤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글들이 모여서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냈었다니, 1980년대는 시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감수성이 살아 숨쉬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초판본 서문을 보면 지방 소재 대학과 공단지역까지 낙서 수집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했었는데, 대학생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낙서까지 모아보겠다는 뜻이 이루어졌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많았다.
오늘도 하늘에 해가 떠 있다.
20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멍든 하늘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세상 사람들
머리 위에 자리잡고 있는
하늘 그 자체가
시퍼렇게 멍든 것일지도
모른다.
서강대 종교학과 낙서장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