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감옥은 참회의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감시, 통제 효과를 가질 수 있는 파놉티콘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고안했다. 푸코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수감자는 항상 자신이 감시 받는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감시하며 자기 통제를 내면화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가 파놉티콘이다라며, 현대사회 전반에 내재된 규율사회의 메커니즘을 규명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한 해 최고의 문학 데뷔작을 선정하는 워터스톤즈 일레븐Waterstones Eleven에 선정된 제니 페이건의 소설의 제목 역시 <파놉티콘>이다. 작가는 파놉티콘속으로 던져진 아나이스를 통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의 깊은 암연을 그려낸다.   

길거리 생활에 익숙한 아나이스 헨드릭스는 열여섯 생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날 청소년 보호시설인 파놉티콘으로 가게 된다. 그녀는 여경찰이 극심한 혼수상태, 즉 뇌사에 빠지게 된 사건에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면서 이 수용시설로 가게 되는데, 문제는 그녀 자신도 마약에 잠식되어 있어서 제대로 기억조차 해내고 있지 못하다. 아나이스는 이미 그 수용시설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그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있어서,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아나이스는 이미 그 수용시설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C자형 건물 정 중앙에 솟아 있는 감시탑속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그들이 감시를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을 힘겨워하며, 점점 더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게 된다. 독자들 역시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아나이스의 머릿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생각도 말도 상당히 거친 편이라 처음에는 꽤나 불편하기도 했다. 심지어 잘 못 읽었나 싶은 부분도 있었을 정도였는데, 나중에 번역가의 글을 읽으면서 그 어려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녀가 처음에 했던 생일게임을 떠올렸다. 그녀가 왜 그렇게 신중하게 출생담을 골라야 했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런 말을 본적이 있다. 아차 삐끗해서 조금만 위쪽에서 태어났으면 우리는 북한에서 살았어야 했다고그처럼 아나이스가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자의적인 선택 이전에 이미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울 때도 있고,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수 밖에 없는 아나이스의 매력이 독특했던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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