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 - 전세계를 누비며 웃기는 두 남자의 19가지 유머실험
피터 맥그로우.조엘 워너 지음, 임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전세계를 누비며 웃기는 두 남자의 19가지 유머실험이라는 부제를 가진 <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는 내 예상과는 조금은 다른 책이었다. 이론과 실전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농담만 떠올리지 않는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콜로라도, LA, 뉴욕, 탄자니아, 일본, 스칸디나비아, 팔레스타인, 아마존, 몬트리올까지 5대륙 15만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유머의 암호를 풀어내려고 하는 대학교수와 그를 취재하는 기자는 마치 한편의 로드무비의 주인공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머감각은 패션감각처럼 TPO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Timing과 장소,Place 그리고 상황,Occasion이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그들의 여행기 뿐 아니라, 이 책의 구성 자체가 유머감각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법한 유머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이론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의 탄자니아를 말하는 탕가니카에서 발견된 웃음병 오무니포를 추적하기 위한 그들의 여정도 그러했다. 어떤 학자들은 웃음이 가진 전염성의 극단적인 예라고 말하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웃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전쟁이나 심각한 정치뉴스를 전하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 것은 나 역시 그런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안되는 상황에 심지어 아무런 맥락없이 웃음이 나올때가 있어서 곤란할 때가 종종 있었다. 탕가니카의 전염병은 그들의 추적결과 집단 히스테리를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지만 말이다. 

맥락이라고 하니, 그 다음에 이어졌던 일본으로의 여행이 떠오른다. 일본어를 못하면서 일본 유머를 만나게 된 그들은 듣고는 있지만 들리지는 않네라는 소감을 남기게 된다. 대표적인 저맥락사회라는 미국에서 온 그들이 고맥락사회인 일본의 유머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다. 사실 나도 일본의 유머에 웃는 일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사회분위기상 정치코미디를 찾아보기 힘든 점에 주목하기도 하며,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간의 농담 방식을 분석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지닌 공화당이 농담을 더 즐긴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공화당 후보를 떠올리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라마다 유머는 달라도 통하는 코드가 있다!’라고 하지만, 가장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농담은 덜 불쾌한 것이라는 실험 결과가 도리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농담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지루함을 넘어 불쾌함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석 같은 농담이라고 말하는 농담 역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걸 보면, 확실히 유머를 번역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유머의 암호를 풀어내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 이유 중에 하나가 과학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전세계의 문화가 점점 통합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런 실험을 통해서 그래도 아직은 지역별로 공유하는 문화의 고유성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