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딘 스테어 지음, 김혜남 옮김, 고가라시 퍼레이드 그림 / 가나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 켄터키 주, 두메산골에 살던 나딘 스테어라는 할머니가 85세가 되던 해에 남긴 한 편의 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If I had my life to live over>. 이 시가 유명해진 것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서 소개되면서라고 한다. 내 서재에도 그 책이 있지만, 나는 이 시가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 책을 읽었을 때는 이 시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을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시를 만나고 나니, 구절 하나하나가
다 나에게 불러주는 지혜로운 연가처럼 느껴졌다. 눈으로 읽고,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보고, 원문시도 또 그렇게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온몸에 좋은 기운이 전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잘 못 선택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음 번엔 과감한 실수를
더 많이 해볼 거야.”라던 첫 구절부터 나에게는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더 철없이 굴고”, “덜 심각해질 거야”까지, 어쩌면 평소의 내 생각과는 그렇게 반대인지 말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글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심각했고, 철이 든 것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하지만
나의 심각한 시선은 과거의 선택에만 고정되어 있었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철이 든 것처럼 보이려다
보니 영원히 철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번 읽으면서도 계속 저 구절에서 웃게
되는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겠다고 말하는 나딘 할머니의 지혜로운 시를 번역한 사람은
김혜남이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은 적이 있어서,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읽으며 한글로 옮겼을지 조금은 알 거 같기도 하다. “각각의 날들을 앞당겨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며 살아온 날들 대신 매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겠어”라는 구절이 딱 김혜남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A4 용지 한장이 조금
넘을 거 같은 글이지만 계속 읽고 싶어지기도 하고, 고가라시 퍼레이드의 예쁜 일러스트가 더해져서 행복하고
다정한 기운이 가득해서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