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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황경신의 신작 <국경의 도서관>에는
“38 True Stories & Innocent lies”라는 설명이 함께한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믿는다면 진실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착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는 38개의 단편들은 때로는 동화 같고 때로는 환상 같다. 그런데 문득 “초콜릿 우체국, 두
번째 이야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익숙한 거
같다는 생각 끝에,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같은 책인가 하고 집어서 읽어보다가, 나중에
“한뼘 스토리”라는 부제를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보면 짧게 느껴지는 한뼘이지만, 그 한뼘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참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국경의 도서관 역시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그녀와 책 사이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마침내 그녀가 책장을 덮을 때 책 사이로 들어가서, 채기 다시 펼쳐질
시간을 얌전히 기다린다”
‘나는 책갈피다’에서는
책갈피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때 마침 나도 손에 책갈피를 들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지도
모른다.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으면 계속 만지작 되는 버릇이 있어서 아마 나의 책갈피는 ‘그녀의 손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책갈피에게 좁지만 다양한 세상을 열어주던 그녀의 책에서 떨어지게 된 책갈피의 이야기는 동화같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정해진 곳에서만 머물수 밖에 없었던 책갈피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거 같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또 대외적으로,
나의 의뢰인을 한동안 '여행 중'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상당히 독특한 직업군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의 이야기 ‘바나나 리브즈’와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고
그 하루를 오롯이 그 편지에 집중하며 답장을 써주는 사람의 이야기 ‘우물인간’이다. 처음에는 참 낯설게 느껴지는 직업군이었는데, 어쩌면 그들은 현대인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여행을
간 것처럼 꾸며서라도 잠시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져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고, 여행을
싫어하지만 다수에게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초연결사회라지만 그래서 더욱 사람과의 관계가 파편적이 되어가는 요즘, 나의 이야기에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