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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평점 :
살다 보면 힘든 일이 겹치고 또 겹쳐서 마치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든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4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 작가 한효정도 그랬던 거 같다. 암
수술과 이혼 거기다 10년간 운영하던 출판사에 닥친 어려움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까지 정말 세상사에 얽히고 설켜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느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먹고, 걷고, 자는
일이 전부인 순례자의 하루는 단순했다. 일상이 단조롭다 보니 작은 것 하나에서도 기쁨을 발견하곤 했다.” 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깨달은 행복의 길이 아닐까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었는데, 이 책은 사진도 참
많고 마치 그 곳에서 매일매일 보내온 편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독과 불편을
감내하겠노라며 홀로 걷고 싶어했던 그녀이지만, 순례길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카미노는 한 생을 걷는 일 같아”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순례길 친구들과의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고집스레 홀로되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지만, 잠시 길을 헤매다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안도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가끔은 정말 세상 혼자 사는 거 같을 때가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거면 차라리 좋겠지만, 그냥 나 홀로 세상 끝에 버려진 느낌은 사람을 참 막막하게 만든다. 그런 아득함 속에 갇혀있을 때, 가족이라서 친구라서 그렇게 손을
내밀어주고 챙겨주어서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꽤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도, 그 길을 직접 걸어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삶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고, 내 존재가 너무나 하찮게
느껴질 때면, 이 책을 그리고 산티아고를 떠올리게 될 거 같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숨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두고 싶어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