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6일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글 말미에 이 책은 픽션이라는 문구를 보고 문득 표지에 있던 마음에 힘이 되는 소설 No.1 선정!(2014.일본)’이라는 광고가 떠올랐다. 나에게는 왜 이 책이 이토록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말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의심없이 먹거리를 나눠먹을 수 있고, 심지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산과 함께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소설과 산문의 경계를 이야기 산문집이라는 표현으로 정의한 것이 아닌가 했는데, 기타무라 가오루의 <8월의 6일간>도 차라리 픽션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 한 켠에 잠시 머문다.

서른아홉의 문예지 부편집장이던 그녀는 함께할 때는 힘들었고 막상 혼자되니 우울해진 5년 전 어느 날 지인에게 내일 산에 안 갈래요?”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바로 내일 떠나게 되는 산행, 그렇게 다키코산을 단풍구경을 겸하여 오르게 된 그녀는 그 곳에서 산의 지혜를 배우고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된다. 어느새 홀로 산에 찾게 된 그녀는 9, 2, 10, 5, 8월의 며칠간이라는 글을 남긴다. 점성술사의 조언을 핑계 삼아 가미코치로 떠나게 된 ‘10월의 5일간’. 산에서 함께할 책을 고르며, “옛날에 읽은 책은 옛날 공기를 가지고 있다. 그 무렵이 나 자신을 떠올린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아마 그녀에게 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간 산과 그 곳에서 어우러진 지난 시간 속의 그녀가 이 책에 소박하게 담겨 있다.

첫 번째 단편 ‘9월의 5일간에서 산행을 준비하다, 바닥에서 주운 플라스틱 부품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녀는 너무나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는 전자제품들을 보며, 도대체 이 부품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해 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에게서 떨어진 부품이 아닌가 하다 산에서 내려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인생이란 나라는 존재가 마침내 멈출 때까지 마음의 부품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떨어진 걸 줍기도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산을 오르며 그녀를 스쳐 지나갔던 기억, 생각, 감정 아니 산행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다 그녀에게 속한 마음의 부품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