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미숙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시대의 권력자를 사로잡았던 혹은 스스로 그 시대를 지배했던 여인들의 초상화로 중세유럽사를 위주로 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요즘 일상사진을 올리는 것처럼 하면서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명품이 노출되게 연출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초상화에도 그런 코드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의 경우에, 흰담비는 그 여성의 가문의 상징이기도 하고 또한 순결의 상징이기도 하고 거기다 그리스어로 담비가 그녀의 이름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수준 놓은 교양을 갖춘 여성의 그림에서는 뛰어난 화술을 가진 앵무새가 등장하고, 프랑스왕실에서 공인된 총희라 불린 최초의 여성 아네스 소렐은 충실함의 상징인 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상징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물을 가장 잘 이용한 사람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었다. 13세의 단정하고 소박한 차림의 엘리자베스 왕녀는 여왕이 되면서 이미지전략으로 초상화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초상화검열, 요즘으로 따지면 포샵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동원하여 그녀는 자신에게 신성하고 순결한 여신의 이미지를 더하고자 했다.

포샵질하니 자연스럽게, 중세 유럽에서는 초상화를 맞선 때 주고받곤 나중에 실제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실망한 것이 떠오른다. 앙리 4세와의 결혼을 위해 프랑스로 온 마리 드 메디시스는 초상화가 그려졌던 시절에 비해 살이 많이 쪄서 왕이 큰 실망을 했었다. 거기다 이탈리아에서 선호하는 풍만한 체형과 달리 프랑스는 팔등신에 날씬하고 우아한 체형을 선호한 것도 문제이긴 했다. 이 책에서도 프랑스 왕의 사랑을 독차지한 여성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또 약간 살집이 있는 체형이기는 했다. 점점 더 마른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인 것인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마리 드 메디시스는 루벤스가 그녀의 생애를 24장의 그림으로 그려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사실 평탄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삶을 역사화로 그려내기 위해 루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을 총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와 앙리의 만남을 제우스와 헤라의 모습을 차용하여 그려냈는데, 실제로 앙리가 바람둥이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다.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쌓여서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모델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미술사에 큰 이름을 남기지 못한 빈터할터의 그림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인물의 내면보다는 이상화된 모습이 내 눈에 더 익숙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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