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평범한 줄 알았다. 지금껏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해봤던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 소금을>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야나기시마 집안의 차녀인 리쿠코의 이 말을 읽는 순간, 나의 어린 시절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일하는 아주머니만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학교에서 사귄 친구가 무섭지 않냐는 식의 질문을 했을 때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후로 나에게 동화 소공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남았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물건들이 가득한 마법의 다락방이 아닌 부모님이 웃으며 기다리는 그런 나만의 환상을 간직한 이야기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상황 역시 지극히 평범했던 것이다. 아마 그 아이도 내가 그랬고 리쿠코가 그랬듯이 자신의 가족 이외에 다른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조차 안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가 자신의 작품에 덧붙였던 언뜻 보면 행복한가족 이야기를 살짝 바꿔보고 싶다. ‘언뜻 보면 특이한가족 이야기라고, 그리고 야나기시마 일가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 그대로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이다.

미리 언급한대로, 도쿄 가미야초에 자리잡은 다이쇼 시대에 지어진 서양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는 조금은 특이하다. 엄마 혹은 아빠가 다른 두명의 아이를 포함한 4남매와 현재 같이 사는 엄마인 기쿠노 그리고 현재 같이 사는 아빠인 도요히코가 있다. 기쿠노의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러시아인인 할머니까지 대가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교사를 통한 교육을 시키는 이 집안에 정말 난데없는 일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로 아이들을 초등학교로 보내게 되는 것인데, 난생처음 초등학교에 가서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 고이치와 리쿠코 그리고 우즈키는 각자의 방식대로 그 곳에서 겉돌게 된다. 짧지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하기 무섭게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책은 잡지 슈프르(SPUR’) 4년간 연재된 내용을 묶어서 출판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영향일지 몰라도 이야기의 배경과 시점이 끊임없이 바뀌어간다. 처음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지 가늠을 하지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 금새 가족의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한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끊어서 들려주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가족의 이야기로 엮이는 것이 마치 조각 천을 연결하여 만들어내는 퀼트처럼 느껴지게 한다. 100년을 이어온 대저택이 간직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유대감은 무슨 뜻인지 궁금해지는 이 책의 제목에서도 느껴진다. 가족끼리 공유하는 이런 말들은 그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독특한 감각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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