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아직 2015년이 마무리 되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2015년에 읽은 책 중에 베스트 3를 꼽으라면 이 책을 선택하게 될 거 같다. 바로 <남은 생의 첫날, Le premier jour du reste de ma vie>.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가상 유언장에서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책띠에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내 마음에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 말인가! 삶에 희망과 용기, 위로를 건네는 기도 같은 말이 아닌가!”라는 수녀님의 글이 더욱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한번 이 문장을 되새겨 보니 마음속 깊은 곳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낯선 테마를 가진,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실제로 있었으면 자꾸 바라게 되는, 100일간의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이십대의 카밀, 사십대의 마리 그리고 육십대의 안느는 마치 한 여성의 일생을 짚어낸 거 같기도 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갖게 되는 고민을 대변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내 삶의 중심에서조차 어느새 밀려나 버린 채,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게 된 그녀들은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위해 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문득 성인이라는 나이가 억울했던 20대가 떠오른다. 그저 나는 이전과 똑같이 한 살을 더 먹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나에게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감당할 수 있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그런 부담을 피해 혼자만의 여행을 자주 떠났었다. 그렇게 침전해가는 나를 친구들은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었고, 덕분에 나는 누군가가 의미를 부여해놓은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언제 철들꺼냐는 소리를 듣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문득 어쩌면 그 시간들이 나에게도 남은 생의 첫날을 위한 고독 속의 세계 일주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존 프랑스 소설 베스트셀러, 2015년 프랑스 여성들 소설 선호도 1위에 오른 이 책이 작가인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처녀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책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 같고, 내 친구의 이야기 같고, 내 엄마의 이야기 같고, 정말 그런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삽화 덕분에 더욱 책을 읽는 재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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