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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외국 저자의 책을 읽을 때면 원제목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굳이 원서의 제목을 찾아보지 않아도, 본래 주제인 ‘소상인의
권유’에서 자꾸만 멀어진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책의 2/3이 지났을 때, 상당히 먼 길을 돌아왔다고 말했지만, 3/4가 지날때까지도 왜 이 책의 주제가 ‘소상인의 권유’인지 파악하기 난해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소상인의 권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국에서까지
‘소상인의 권유’로 출간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도리어 번역본의 제목인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가
훨씬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일본은 서양식 년도가 아닌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 연호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쇼와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의 등장과 고도성장 그리고 일본이 대호황을
누린 버블경제시대와 궤를 같이 하고 있으니, 일본인에게는 그리움을 자극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쇼와시대에 태어나 헤이세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히라카와 가쓰미는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던 쇼와 30년에 대한 향수, 풍요롭지만 소비자본주의에
병들어가고 있는 헤이세이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 일본의 사회상을 술회한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인간과 자연,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변화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물질적으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된 기계화와 디지털화의 세계는
미래를 희생하여 현재의 재화를 값싸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일본사회가 젊을 때 자원들이, 일본사회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경제적인 성장이 사회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생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휴먼 스케일의 부흥’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흐름에서 사라져간 소상인 중심의 가게들이 다시 골목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대기업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사람들은 조금더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물질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