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처럼 여행하기
전규태 지음 / 열림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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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동안의 인연과 과감히 결별하고 떠나라"

췌장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저자에게 주치의가 남긴 충고였다. 그리고 과감히 결별하고 여행을 떠났던 그는 생의 끈을 이어서 세상을 부유浮遊하며 살아가게 된다. 간이역에라도 앉아 있어야 여행의 갈증이 풀리던 외할머니와 함께한 어린시절 그리고 열두살에 징용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다렌에서의 순환기차의 추억까지, 어쩌면 그에게 여행은 하나의 각인이 아닐까 싶다. 왠지 베아트리체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단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문득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단테처럼 여행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문인이자 대학교수였던 그의 여행기는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래서 삶, 죽음, 사랑을 다룬 산문집이라는 생각을 가끔은 했다. 특히나 사람들은 혼자 여행하고 사랑하고 죽는다라는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는지 말이다. 특히나 기적적으로 양방통행이 이루어져도 일시적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내가 갖고 있었던 헛된 집착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기 전 고마운 사람의 초상화라도 그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배운 드로잉 작품이 실려 있어서 참 좋았다. 사실 그림이 참 좋아서 책을 다 읽고나서도 다시 한번 그림만 찾아봤을 정도긴 하다.

그런데 제목에서 자꾸만 영향을 받은 것인지, 단테의 신곡을 읽을 때의 난해함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마음의 렌즈로 찍은 기억의 앨범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그렇구나.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사진은 그다지 찍지 않는 편이다. 물론 사진을 잘 찍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미뤄두는 것도 있지만, 나만의 감상을 가슴으로 머리로 기억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은 같은 여행지를 떠올리면서도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나름의 재미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여행기가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기억의 앨범으로 남긴 것이 아닐까 한다.

아마 그래서 그의 아마존 여행기가 더욱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위태롭다던 격류도, 잔잔한 본류로 접어들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남겨져 있지 않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무게로 균형을 유지하며 그 위험한 물살을 이겨나가는 과정이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여행기도 왠지 그 모습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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