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유일한 해결책은 가위바위보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중일 삼국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한국 아이들은 '가위바위보', 중국 아이들은 '차이차이차이', 그리고 일본 아이들은 '장켄폰'이라고 외친다. 말은 달라도 호흡만 맞추면 빠르거나 늦지 않게 동시에 손을 내밀 수 있다. 그래서 절대 승자도 없고 절대 패자도 없는 가위바위보에서는 기러기의 편대비행처럼 날 수 있는 것이다. (49p)

절대적인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는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복잡다단한 한중일의 관계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이어령이 쓴 이 책은 일본에서 10년전에 출간되어 일본 입시문제에서도 지문으로 등장할 정도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이번에 한국어로 옮겨지면서, 일본어판과 합본으로 하여 출판돼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동북아시아에 자리잡은 3개국인 한국, 중국, 일본은 대륙과 반도 그리고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어령의 대표작인 축소지향일본인에서 언급한 것처럼 섬인 일본은 바위라고 할 수 있고, 펼친 형태를 갖고 있는 대륙의 중국을 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대륙과 섬 혹은 바다를 점유하고 있는 해양세력은 끊임없이 패권을 두고 충돌을 하는 형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 중간에 선 반도가 가교역할을 하면서 공존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반도성을 잃어가면서, 균형이 무너지면서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역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인식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삼국의 공존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통합해나가며 가위바위보 문명론을 설계해나간다. 동양의 역사 문화 정치뿐 아니라 서양의 것을 비교해가며 드러나는 동양이 갖고 있는 나름의 문화를 규명하고, 거기에서 다시 한국 중국 일본으로 좁혀오는 과정은 눈으로 읽으면서도 입으로는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특히나 서양의 동전던지기와 비교하여 동양의 가위바위보가 갖고 있는 의미를 탐구하며 동양인이 갖고 있는 세계관을 탐구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최강자도 최약자도 존재하지 않는 가위바위보 문명론은 마치 기러기의 편대비행 같은 모습인데, 요즘 시대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적화된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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