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퓨처클래식 2
바데이 라트너 지음, 황보석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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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필드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사건이 있다. 바로 1970년대 캄보디아 무장단체 크메르 루즈가 자행한 학살사건인데, 이때 캄보디아 국민의 1/3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이런 현대사의 비극속에서 살아남은 바데이 라트너는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라는 자전적인 소설을 집필했다. 어린나이에 지옥과 같은 곳을 경험했지만, 산산이 부서진 희망의 조각을 주운 그녀이다. 제목 때문인지 김소월의 초혼이라는 시가 자꾸 떠올랐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던 김소월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평화로운 아침 풍경속에서 시작된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서 보행기를 껴야 하는 소녀 라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몽환적인 느낌마저 더해준다. 왕족이자 시인이었던 아버지 아유라반의 영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곱살 소녀의 시선은 부드러우면서도 사색적이다. 책을 읽으며 아버지 지극한 사랑이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되어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어린나이에 극한 상황에 처한 라미가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아버지의 수첩에 남겨진 글을 되새기는 것을 보며 희망은 사랑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라미의 일상속의 아침은 금새 깨어져버린다. 극단적인 공산주의자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점령하고, 라미의 가족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이상향처럼 꿈꾸고 있는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크메르 루주의 혁명과 아버지의 신분으로 인해 결국 시골로 강제 이주하게 된 라미의 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말해버린 라미로 인해 아버지는 처형당하게 되고, 너무나 어렸던 동생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왕비였던 할머니 역시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렇게 라미의 가족이 타력에 의해 무너지는 것처럼,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일거 같았던 크메르 루즈 안에서도 붕괴가 일어나고, 라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처음에는 마치 할머니의 말이 예언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이 결국 책 제목 ‘In the Shadow of the Banyan’이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바데이 라트너가 살아남아 끔찍한 상황에서도 절대 사그라들 수 없는 사람의 힘이 있다는 것을 할머니는 깨닫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반얀 나무 그늘 아래서 쉴 꼭 그만큼만 남았어도, 그것이 희망의 씨앗이 되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류의 거울이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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