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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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더위를 잊을 만큼 스릴감 넘치는 추리소설이 인기를 끌곤 한다. 주로 서양 혹은 일본추리소설이기 쉬운데, 이번에 최혁곤의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나온 거 같아서 반가웠다.

사립탐정처럼 의뢰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태평양같이 넓기만 한 오지랖과 사건을 알아보는 본능에 끌려 움직이는 두 남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주색을 즐기다 잘린 전직 경찰인 갈호태, 그리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볼 줄 아는 기자이지만 전 여자친구가 희생된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자를 그만두게 된 박희윤이다. 평소에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다가도 사건을 해결할 때면 합이 좋은 콤비로 활약하고, 짜임새 있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으며 느물느물하면서도 감이 좋은 갈호태역에는 하정우가,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면서도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박희윤에는 박해일이 참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바리캉맨이라 불리는 남자가 벌이는 연쇄살인사건이 주요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인종차별이나 청년실업처럼 다양한 사회문제와 어우러지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4요일의 암호이다. 경찰을 그만둔 갈호태가 운영하는 카페 이기적인 갈 사장에서 종업원을 하는 박희윤은 신문을 보다 미묘하게 문맥이 맞지 않는 광고문구를 보게 된다. 그리고 몇 일전부터 그런 개인광고가 이어져왔음을 깨닫고 그 트릭을 풀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그와 별개로 능력과 상관없이 그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고 싶은 아들의 마음 씀씀이가 인상적이었다. 복잡하고 잔인한 사건들 사이에서 이런 일상추리가 어우러져 강약조절이 잘 되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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