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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과 영국에서 엄청난 판매기록을 세우고, 드림웍스에 판권이 팔려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히로인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으로
나선다는 <걸 온 더 트레인>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와도 비교가 많이
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는 도리어 책을 읽으면서 길리언 플린의 후속작 <다크 플레이스>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수준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위기로 몰고 가는 화자에게 몰입하기
힘들어서 꽤나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면이 또한 그러하다.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지만 정말 순식간에 읽게 되어서, “독자의 마음을 무섭게 사로잡는 이 스릴러를 읽다 보면 눈을, 그것도
눈보라를 내려달라고 기도하게 될 것이다. 회사나 학교, 개를
산책시키는 것 같은 일상 때문에 이 스릴러를 손에서 놓기가 싫어질 테니까.”라고 ‘오프라북클럽’이 평한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실직한 상태로 통근기차에 타는 이혼녀 레이첼은 자신이 살던 집 근처에 이상적으로 보이는 부부에게 따로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그들 부부의 진실을 알게 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기차에 타고 있던 레이첼 역시 사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이 제스라고 이름 지어주었던 메건,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 톰을 빼앗아간 애나까지. 사실 처음에는 주인공을
더욱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등장하는 인물인줄 알았던 애나 역시 사건의 하나의 축이 되어서 소설을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세 여성은 철저하게 자신만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신의 남편을 뺏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애나에 대한 레이첼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고, 이혼한 남편을 끝임 없이 괴롭히는 레이첼에 대해 반감을 갖는 애나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은 철저히 자신의 시점으로 사건을 이해할 수 밖에 없고, 그
것이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제 각각의 기억의
조각들을 합친다 해도 사건의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야기의 줄기를 이끌고 가는 레이첼은 제대로 된 기억을 말하고 있다는 확신조차 가질 수
없다. 알코올중독으로 기억을 자꾸 놓쳐버리는 상황이라 그녀의 진술은 그 누구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미스터리를 기적처럼 해결해, 사건의
전후 사정을 정리해줄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라 도리어 소설에 집중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마치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금새 휩쓸려 떠내려 가버릴 거 같은 느낌이랄까?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까지도 스릴러의 일부로 만들어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