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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 곡 - 김동률 교수의 음악 여행 에세이
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평점 :
추억으로 떠나가는 여행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음악이 아닐까 한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김동률 교수가 글을 쓰고 이 책을 위한 출장을 마지막으로 타계한 고 권태균 교수, 그리고 석재현 교수가 사진으로 함께한 <인생 한 곡>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악 여행
에세이’라는 설명답게 정지용의 향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 양희은의 한계령 등
정말 주옥 같은 음악과 그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나도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이 책에 소개되는 노래에 익숙하고,
추억여행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정말이지 책에 소개된 노래들은 나를 금새 지나온 시간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
마치 타임슬립을 하는 기분이랄까? 거기다 ‘목포의 눈물’을 들으면 고향의 어머니가 반사적으로 생각난다는 말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말이다. 나에게는 ‘My way’라는
노래가 그러하다. 나는 이 노래를 아빠의 목소리로 제일 먼저 들었고,
지금도 그 노래의 전주만 들려와도 어린 시절 내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시던 아빠의 모습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거기다 이 책에도 소개된 주병선의 ‘칠갑산’을 부르던 엄마의 모습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그때는 그 구슬픈 가사를 들으며 엄마는 왜 저런 노래를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아니다 정말 철없었던 그 시절의 나는 엄마는 청승맞은 노래를 좋아한다며 팝송을 부르는 아빠가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숙명적인 한의 노래’였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의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난 시절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엄마의 노래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음악은 아빠와 유사어인 거 같다. 기타와 하모니카를 잘
다루시고 심지어 휘파람도 잘 부르시던 아빠가 나를 위해 처음 연주해주었던 노래는 ‘오빠 생각’이다. 이 책에도 그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반가웠다. 이 노래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는데, 방정환 선생님이 펴낸
잡지에 보내진 동시가 이 노래의 가사였다. 그 시를 보고 연모의 정을 품었던 이원수와의 사랑 이야기도
오빠 생각 노래 가사와 잘 어우러져서 기억에 남는다. 이원수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고향의 봄’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영원한 노스텔지어가 되는 노래들 사이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이 있었다니 더욱 여운이 오래 남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