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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들, 예를 들면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의 일화처럼
그 어린 나이에도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조지 워싱턴을 보면 그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인물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최근에 청소년을 위한 롤모델을 다룬 책을 몇 권 보면서, 우리
때와는 다르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책은 <찌질한 위인전>이다. ‘찌질한’은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라는 형용사 ‘지질하다’를 소리나는대로 표기한 것이다. 과연 이 수식어가 위인과 함께 써있어도
되는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밝게 보정해놓은 듯한 위인전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세계적인 대문호라는 찬사가 붙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을 나 역시 좋아하고,
세계 대전에 참전을 한 경험을 살려 작품을 썼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마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모두까기인형’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전부인과 지인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며 비판하고 공격하는 헤밍웨이의 모습은 그의 작품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모습과 자신의 실체에서 나오는 괴리감이 그런 문제점을 노출시켰고, 또
한편으로는 훌륭한 작품을 쓰는 자양분이 된 거 같다는 점이다. 정말 빛과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양면성이라고
할까?
또한 ‘반은 천재고 반은 익살꾼’이라는
말을 듣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가 물리학의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된 것은
바로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면은 노벨상 수상에서도 나오는데, 그는 그 상이 주는 권위에 제약을 받게 될까 봐 노벨상 수상을 거절하려고 했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보이는 것은 귀찮음이었지만 말이다.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파인만’이 더욱 자신을 귀찮게 할거라는 주위의 조언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내 추측도
꽤나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그는 그런 면모를 자신의 사랑에서도 보인다. 그의 삶의 유일한 그리고 영원한 사랑으로 느껴지는 부인의 죽음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런 제약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선동의 천재라 불리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증오심을 자극하여 독일 사회를 광기로 몰아간 그는 위인이라는 말과도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인간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괴벨스처럼
나쁜 방향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의 민낯을 들여다보니, 정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그들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