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의 작게 걷기 -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아, 먼 곳이 아니라도 좋아
이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작게 걸으면서 기록한 봄, 여름, 가을, 겨울. 현재 살아가고 있는 동네일 때도 있고,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할매집일 때도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서울대공원처럼 가까운 곳에서부터 조금은 멀리 떠나 만나본 곳일 때도 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라도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꽃 한 송이, 나무 하나, 바위 하나, 까마귀 한 마리에 일일이 걸려 넘어지며 감탄했다라는 구절이 정말 이 책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 정겨우면서도 정교한 그림과 그 곳에서의 시간들이 잘 느껴지는 유쾌한 카툰 그리고 또박또박 쓴 손글씨가 어우러져 마치 누군가의 그림일기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찾아간 친구와 찾아간 통영여행. 첫날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일지 몰라도,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대다 핸드폰은 방전되었고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낯선 도로에서 꽤나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을 그리고 또 그녀들과 비슷하게 헤매던 여행객을 구해준 서울버스와 다른 통영버스를 타고 통영만세부르는 모습이 더욱 재미있기도 했다. 그렇게 무모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이 돼서야 1945년부터 있었다는 이문당서점에서 뒤늦게 통영, 느리게 걷기라는 책을 사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있었던 서점이 폐업했다길래 아쉬워했는데, 검색해보니 다시 옮겨서 재개장을 했다니 다행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돗자리가 필수라는 경주 여행 이야기는 갈 때마다 분주하게 돌아다녔던 나의 경주여행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바쁘게만 다니다 보니 놓친 것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는 동네에 있는 강인한 나무 원미목도 기억에 남는다. 화분을 뚫고 시멘트를 깨부수면서 자라난 나무의 강인한 의지와 그 나무를 지켜주기 위해 부목을 괴어준 사람이 함께 이루어낸 풍경이 아닐까 한다. 문득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본 골목의 풍경은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리운 것들과 이별하는 작은 여행이라는 주제로 포산 중산리에 있는 할매집에서의 시간을 스케치한 것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아련해진다. 외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그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서 새롭게 리모델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괜히 서운했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늦기 전에 나도 작게 걸으며 그 곳의 풍경을 더 많이 기억해둘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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