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상점가의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가게가 있다. 간판도 없고, ‘사토(설탕)’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는 쪽빛 포렴이 걸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3대전처럼 전통과자가게도 아니다. 그 곳은 무엇을 보관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고, 늘 그 곳에 있다. 그런데 그 곳에 물건을 맡겼던 사람이라도, 행복한 시기에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가게이기도 하다. 단정한 모습과 뛰어난 기억력 그리고 한결 같은 성실함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기리시마 도오루는 어린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던 어린왕자의 이야기처럼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맡기고 간 물건들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개별적인 에피소드인 것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묶어준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향기로운 차를 마시는 듯한 감동을 준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때로는 포렴이기도 하고 때로는 진열장이기도 하고 그런식으로 시점이 바뀌기도 하고, 존재자체가 신비로운 주인장이 더해져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나는 이 가게에 맡겨진 자전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선물 받은 물빛 자전거를 접수합니다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혼하고 따로 살고 있는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자전거를 너무나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한 소년이 등장한다. 하지만 엄마에게 상처를 줄까봐 자전거를 이 곳에 맡겨놓고 엄마가 선물해주신 낡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결국 그 물빛 자전거를 포기하게 된 소년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다시 등장하는데, 그의 손목에 아빠의 유품인 시계가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인이 된 소년과 함께 달리며 마냥 행복해하던 자전거였지만, 결국 자신이 버림받은 것을 알게 되었던 자전거에게는 아니었지만, 그 자전거를 찾으러 온 상점 주인에게 달리 지켜야 할 것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처분 한 것이라고 설명해주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학창시절 침대밑에 여러종류의 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들에는 나에게는 소중하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여행지에서 가져온 것이나 부모님과 같던 음악회 티켓 혹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쪽지 같은 것들이고, 아직도 그 일부는 서재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공간만 차지하는 거 같을 수도 있지만, 행복한 추억이 함께 하기에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해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 속에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거나 소중한 추억이기는 하지만 간직하기에는 불편한 그런 물건들은 거의없다. 그래서 하루 100엔 보관가게가 있다. 이 책에 남겨진 독자평처럼 아마 우리 집 근처에 이런 것이 생긴다면 나 역시 완벽한 단골이 될 것이다. 분명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하루 100엔에 맡겨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어느새 잊어버리거나 차마 찾으러 가지 못할지도 몰라도 그 곳에 맡겨두고 싶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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