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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백 명에 한 명 정도 존재한다는 자폐증이라지만 우리는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힘들다.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언어나 비언어를 배우면서 성장하고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폐인들의 언어와 비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폐인들이 괴성을 지르거나 중얼거리거나 돌발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당황하기 바쁘다.
그런데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중증 자폐성 장애인, 히가시다 나오키의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읽다 보면 자폐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유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도 그러하지만,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인터뷰에서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잘
설명한다. 물론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고, 뇌가
물건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보여주는 세계를 뇌가 즐겨야 하는 상황들 때문에 ‘고장 난 로봇’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의 이야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세상은 우리가 느끼는 세상보다 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을 연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전날의 실수가 그에게는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데, 솔직히 그것은 자폐인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심한 일들을 끝없이 반복할 때도 있다. 자폐인들에게는 집착행위가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 역시 때로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사로잡혀서 중요한 일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래서 그가 오늘 고치지 못한 것을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할 때 참 현명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길에서 홍콩배우 유덕화를 유난히 닮은 사람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도 자폐성향이 보였었고, 별 생각 없이 친구들에게 외모가 참 아깝다라는 식으로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사람은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계속 떠오르고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의
세상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들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이 바라지도 않는 동정의 시선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폐증에 대해서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자폐인의 언행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