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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평점 :
그림이 전해주는 위로, 그림과의 대화, 나 역시 이런 것들을 매우 좋아한다. 뭐 그림을 배웠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그림을 보고 있으면 헝클어져있는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하다. 이번에 읽은 <나를 위로하는 그림>의 저자는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그림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고, 또 그림과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윌리엄 메릿 체이스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홀로 산책하는 여인의 앞에 갈림길이 놓여 있다. 그녀가 걸어온
길은 오솔길인데, 그녀 앞에 놓여 있는 길은 꽤 넓고 잘 뻗어있는 길이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그림을 보면, 꼭 내가 화폭 속으로 들어가 그 여인이 된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 그림의 작가는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여행을 가도 늘 마시던 물이나 음료수를 먹고 싶어할 정도이고, 삶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나의 그런 성격을 안타까워 할 때가 많다. 그렇다 어쩌면 내가 놓친 많은 기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조금은 좁을지 몰라도
내가 걸어온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영 잘못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찰스 커트니 커란 <햇빛이 드는 골짜기>에는 정상에 올라가 바람을 맞으며 하늘과 구름, 그리고 영화로도
유명한 블루라군 비치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이 서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단도 그러하고 여인의
자세도 많은 느낌을 전해준다. 그런데 나는 사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걸스카웃 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이 산에 가서 싫어졌다는 핑계를 대긴 하지만, 실제로는 걷는 것을 싫어하는 것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자 단장님의 지도하에 억지로 정말 꾸역꾸역 올라갔던 기억이 아니라 산 정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전까지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즐거운 기억을 억누르고 있었나 보다. 어쩌면
나는 대부분 그런 형태로 일을 진행해온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을 이룬 기쁨보다는 그것을 하기까지의
어려움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림 속의 여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보통 그림을 혼자 보러 가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반갑고
그림과 함께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