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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일기장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5년 5월
평점 :
하루를 마감할 때면 늘 일기를 쓰고 있다. 가끔 서재 한 켠에 모아놓은
일기장을 들춰보면 그냥 마음가는대로 써놓은 낙서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때로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절절한 후회나 의미 없이 흘려 보낸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을 보곤 한다. 그래서 꾸준히 일기를 쓰지만
지나간 일기를 잘 읽어보는 편은 아니다. 마치 도돌이표에 걸린 것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지겨운 돌림노래를
굳이 챙겨볼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현진 스님의 <스님의 일기장>을
읽으며 마음을 토닥여주는 듯한 좋은 글에 빠져들게 된다. 스님의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소박함과 단정함이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많았다. 나도 이렇게 나중에 나의 글을 돌아보고 추렸을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적어도 내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시점과 행위가 일치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일기를 쓰는 그 시간에 나는 늘 다른 시간 속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조건과 형태가 화두가 되는 것, 어쩌면 내 삶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기를 쓰는
그 시간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거나 지치게 하는 것들 역시 결국 내
삶의 일부이고, 그것이 내 삶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화장실을 불교에서는 ‘해우소’라고
부른다. 어렸을 때 유산균 광고로 해우소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근심과
걱정을 버리는 공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현진 스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영혼의 해우소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한다. 생각해보면 육체적인 배설행위에는 많이 신경을 쓰지만, 한없이 쌓이기만 하는 나의 욕심과 근심을 비워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리어 그 욕심에 내가 얽매이고 길을 잃을 때가 많다. 그렇게 스스로 지쳐갈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욕심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임을 늘 떠올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