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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 ㅣ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공부할 때 쓰던 노트 몇 권을 아직도 갖고 있는데, 나에게
시란 문학노트와 같은 말이었다. 언제 쓰여진 시인지, 어떤
파에 속한 시인인지부터 시작해서 시의 내용 역시 무엇을 형상화하고 있는지, 시대적 배경을 어떻게 투영했는지, 사용된 기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리만이 빼곡하게 되어 있다.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든 청소년기였다.
그렇게 멀어졌던 시가 지금에 와서야 참 좋다. ‘시인(詩人)의 시(詩)읽기’라는 소개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에 와 닿았다. 시인 장석주라는 말보다 책날개에 있는 조금은 긴 소개가 너무나 그답다는 생각이 드는
장석주가 2007년부터 9년째 매체에 연재해온 ‘장석주의 시와 시인을 찾아서’에서
30편을 골라 엮은 책이다. 다정한 시를 꽤 읽곤 했는데,
이 책 속에 소개된 시는 감정의 스팩트럼이 나의 것보다 넓고 때로는 날카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날카로움에 베이기보다는 도리어 내 마음의 폭을 함께 넓혀나갈 수 있었다.
특히나 1장의 제목이었던 ‘더
이상 칠 것이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과 연결해서 책 제목을 수없이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바닥을 쳤다 싶었는데, 여전히 추락 중인 거 같은
막막함이 글로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할까? 그런 막막함을 내가 설명하려면 참 말이 길어질 거 같은데, 역시 시인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끝별의 ‘밀물’이라는 시도 그러하다. ‘가까스로’라는 부사어 하나로 많은 감정을 함축해내는 것을 보며 시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예전에 시인은 세상의 리트머스 종이라는 말을 본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난 수많은 시인, 그리고 그 시인을 읽어주는 시인 장석주를 보면서도 그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성선의 ‘별을 보며’를 읽으며 더욱 깊어졌다. 현대사회를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본주의의 끝이라고도 하던가? 그리고 그로 인해 인간성이 상실되어 간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시인들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을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세상이 더럽다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러운 것이고, 또
시선을 조금 더 바꿔보자면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더럽혀진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