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융합 -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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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성적을 위해, 또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쌓아둔 지식들이 가끔은 그냥 머릿속에 기억의 파편처럼 조각조각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디 가서 아는 척 하기에는 나름 쏠쏠한데, 막상 이런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그런데 이번에 <생각의 융합>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반짝 불이 켜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말 종횡무진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생각의 융합을 따라가면서, 머릿속의 지식들을 자유롭게 엮어나가면서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심심하면 모바일 게임에서 블록을 쌓는 게임을 하곤 하는데, 내 머릿속의 지식을 갖고 그런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분이랄까?

작년 뉴스에서는 러시아의 크림 공화국 합병에 대한 기사가 자주 다루어졌다. 푸틴의 강렬한 러시아의 정책의 일환으로 다가왔고, 자원민족주의 확산의 일례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에너지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19세기 유럽 질서를 재편한 크림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간다. 그리고 지루하게 이어졌던 크림전쟁이 전쟁보다 전염병으로 더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되면서, 여성으로서 전쟁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낸 간호부대를 이끈 나이팅게일과 여성의 인권 신장 그리고 변화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패션으로 옮겨낸 코코 샤넬에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다. 거기다 이러한 전쟁이 갖고 있는 역설이 우리 사회에서 갖고 있는 의미까지 읽고 나면, 생각의 융합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은 이야기는 3에밀졸라, 김지하를 만나다이다. 사실 나조차도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지만,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잘 모른다. 그래서 이 두 사건이 갖고 있는 유사성과 국가권력이 죄 없는 한 인간의 삶을 짓밟고자 할 때, 그 사회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떻게 사회가 성숙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특히나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참다운 지성이 아니다라는 졸라의 선언과 제 2차 세계 대전 홀로코스트의 전범인 아이히만에게 주어진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애써 감추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고 반성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한국인으로는 입맛이 좀 쓴 생각의 융합이었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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