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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찾아 떠나는 일본 여행 - 만화에 빠진 30대 오타쿠의 기상천외한 일본 여행기
이지성 글.사진 / 어문학사 / 2015년 2월
평점 :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라면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귀를 기울이면’. 가끔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면’의 시즈쿠가 부르는 Country Road의 일본식 가사로 부를 정도로 참 여러 번 챙겨본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곤도 요시후미의
요절을 안타까워할 정도인데, 나 역시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사쿠라가오카를 다녀온 적이 있어서, <만화를 찾아 떠나는 일본 여행>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 추억에 잠기면서 절로 행복해졌다. 내가 다녀온 다음에 역 앞에 작품 속 지구옥의 모습을 닮은 ‘청춘의 우체통’이 생겼다고 하니, 내
꿈에 귀 기울여줄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책을 다 읽은 후 ‘귀를 기울이면’을 다시 봤는데, 여전히 행복하고 여전히 따듯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일본을 관광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렇게 하나의
테마를 갖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떨까? 첫 시작부터 내가 열광하면서 본 ‘슬램덩크’가 등장했다. 사쿠라기
하나미치, 아니다, 우리는 강백호라도 했다. 강백호 서있던 건널목, 그리고 그가 타고 다니던 노면열차 에노덴,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그 차를 타고 있으면, 왠지 슬램덩크의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얼마 전 만화라는 것도 한 세대의 추억이 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럴까?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 문화를 가진 친구들의 여행을 들여다 본 기분이
들었다. ‘데스노트’의 라이토를 따라 떠나는 도쿄 여행도 그렇지 않은가? 뒤로 가면서
조금은 지루해졌지만, 데스노트의 시작은 정말 강렬했다.
또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따라 떠나는 여행도 참 아름다웠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볼때는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는데, ‘타임리프’라는 고민을 가진 마코토가 찾아간 이모가 일하는 곳은
도쿄국립박물관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마코토가 찾아가는 곳이 현실과 과거가 공존하는 박물관이라,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 재미있는 설정이었다는 생각에 만화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생긴다. 그리고 이모에게 선물할 케이크를 구입하는 도쿄여자대학 정문 맞은편의 아테스웨이, 나 역시 즐겨 찾던 그 곳, à tes souhaits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당장 만화를 꺼내 읽고 싶기도 하고, 당장 일본으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 행복한 고민을 만들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