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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가끔 학창시절 느꼈던 고요함이 떠오른다. 잠을 많이 자는 편이 아니어서, 새벽시간에 깨어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새벽이라는
시간이 정말 고요했다. 마치 세상에 나 홀로 깨어 있는 거 같은 환상에 빠지곤 했고,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간이라 그런가 지금은 별로라 하는 시집도 꽤나 읽고는 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벽의 인문학>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참 궁금했다. 새벽시간을 풍부한 사색과
통찰로 채워줄 거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까? 물론 내 예상도 잘 맞았지만, 정말 독특한 것은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시처럼 읽혀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마치
경계선에 서있어 자칫 잊혀지기 쉬운 새벽을 위해 쓰여진 장편 서사시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이웃과 임의로 땅을 나누어 갖고 있지만, 그 곳은 그저 자연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도 길 고양이를 쫓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며, 거기가
그들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본 기억이 난다. 마치 자연이 내것인것처럼, 내가 오롯이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말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했다. 거기다 토끼와 민들레, 달팽이와 거미, 다시 태어나면 되고 싶은 부엉이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호접몽’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구분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되어 있지만, “가을이라고 부르는
마음 상태로 쓰는 글”이라는 표현이 그려내는 생각의 한 자락을 내가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이 책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이 좋아하는 사진집은 눈송이를 담고 있는 것이다. 윌튼 A. 벤틀리라는 사람의 눈송이 현미경 사진인데, 그는 ‘원하는 종류의 눈 결정을 만들어내는 타입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극심한
눈보라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와 눈송이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주는 말이 바로 “똑같은 눈송이는 하나도 없다”이다. 다이앤 애커먼은 <새벽의 인문학>을 통해서 수많은 모습의 새벽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헤이안 시대의
문학작품은 ‘겐지 모노가타리’를 떠올리곤 했는데, 세이 쇼나곤의 수필집 ‘마쿠라노소시’의 눈부신 이슬에 대한 글을 읽으며, 얼마나 감탄했던지, 물론 때로는 조금은 어려운 글도 있었지만 그녀의 풍요로운 생각의 넓이가 부러운 지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마무리할 때는 “똑같은 새벽은 하나도 없다”라고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