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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사회 곳곳에서 인문고전을 읽기가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심지어 시카고 대학이 명문대가 된 것도 인문고전의 힘이라고 하지 않는가? 인문학은 그렇다 치고, 고전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번에 읽은 <고전, 사랑을
그리다>의 서문에 여기에 대한 괜찮은 접근법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이야기라면, 우리가 그
것을 읽음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가치, 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들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것이다.
인문학도 그렇지만 특히나 고전하면 서양의 그것을 많이 떠올리게 되는데, 연세대에서
우리고전을 공부해오고 강의해온 유광수의 이 책은 우리의 고전을 중심으로 사랑에 대한 다양한 면을 풀어나간다. 나만의
사랑과 서로의 사랑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항목별로 정리한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놀라웠던 것은 대부분 그 책의 이름은 들어봤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오지선다로 대략의 줄거리나 교훈, 제목 혹은 저자, 시대를 연결하라면 곧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있다고 할까? 하지만 막상 내용은 그렇게 잘 알지 못하기에 어디까지나 수박 겉 핥기 식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온 신라시대 이야기 모음집 <수이전>보다도 비슷한 예로 나온 그리스 신화의 요정 다프네와 아폴론의 이야기를 더 잘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동화나 교과서로 접한 것에서 멈춰있는 우리 고전에 대한 나의 인식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최치원이 등장하는 <쌍녀분>, 안평대군의 집착이 드러나는 <운영전> 같이 다양한 고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짚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행간의 의미를 찾아보기도 해서, 마치 나 역시 강의를 듣고 있는 그런 기분을 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이다. 이 책에서 박지원은 열녀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했는지에 대해 에둘러 말하고 있었다. 상반되는 두 개의 이야기를 연이어 담은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추론하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인수대비가 내명부의 기강을 세우고자 한 훈육서 내훈은 왕실을 넘어 아녀자들에게
바른 행실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박지원의 이야기를 읽으며, 왕실의 기강을 보통의 삶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높고 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