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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수다쟁이 DJ 아크의 상상라디오. 모든
것이 내 상상력에 달려 있는 그런 라디오다. 심지어 그의 목소리 결까지도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어서, 할아버지의 조금은 느리지만 따듯함이 담긴 어조를 더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분명 6M 높이의 쓰나미라고 했는데, 그의 몸이 붕 떠올라 도착한 것은 어느 높은 삼나무 위다. 그리고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손에 들려 있는 방수핸드폰만 간헐적으로 켜졌다 꺼지곤 했다. 이 즈음 되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2011년 3월 11일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때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리고 남겨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즐겁게 라디오를 진행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음악도 선곡해서 틀어주는데, 매번 그 노래를 찾아서 듣느라 더욱 감상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상상라디오니까 듣지 않아도 좋고, 음소거를 해도 좋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다 찾아서 들어보니, 이 책이 갖고 있는 감성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음악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아내의 추천곡, 그리고 그가 자신의 소멸을
예감하는 순간에 트는 노래 밥 말리의 ‘Redemption Song’. ‘All I ever had, redemption
songs These songs of freedom Songs of freedom’라는 가사와 함께 그의 작별 인사가 들려오는 듯
해서 애틋했다.
사실 그가 상상라디오를 진행하며 애타게 기다린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이다. 그래서 상상라디오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그의 말에,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쪽에 없다라는 의미라는 말은 그가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저기 혹시 설마” 그런 마음으로 그래도 아내를 기다렸지만, 우리 쪽에 없다는 것은 그녀는 살아있다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그는 도리어 기쁨이 넘쳐흐른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을 찾아와 말을 거는 아버지와 형에 대한 현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에 코린 베일리 래의 ‘The Sea’를 선택하게 되지만 말이다.
물론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교차점이라던지, 살아남은 사람의 추억도
죽은 사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다 마음에 와닿았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그냥 그의 ‘상상 라디오’ 그 자체를 즐기며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에게는 참 별난 독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