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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2 - 근대에서 현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현대에도 그 의미를 잃지 않을 역사적 사건 94개를 모은 <나의 서양사 편력 2>권은 근대에서 현대까지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 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분들이 재미있었다. 케이트
윈슬릿 주연의 영화 물론 원작도 너무 인상적이던 <더 리더>는 194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이다. 문맹자이고 그것을
몹시나 수치스럽게 여기던 여주인공의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의 저자 박상익은 그 시대에 이미 문맹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상황이었던 독일의 현실에 주목한다. 19세기 초부터 국민 교육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문맹퇴치를 시작했던
독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나라와 연결되는 고리가 없을 것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현대 한국의 문맹률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부터 독일이 집중했던
것은 그저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언어학을 배우다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나 역시 매우 자랑스러워 하곤 했다. 하지만 괴테는
독일어의 우수성을 자랑할 때, 다른 것도 아닌 독일어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진학이나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영어를 알면 더 많은 그리고 양질의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자료 역시 영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괴테의 접근이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버락 오바마의 친아버지 오바마 시니어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만연한 불통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준다. 술집에 간 오바마 시니어는 그가 단순히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백인을 만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싸움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시니어는 그를
설득하여 스스로 깨닫고 사과하게 만든다. 물론 오바마 시니어의 선택 역시 탁월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백인의 모습도 우리 사회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인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역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 잘 정리해준 책이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