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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1 - 고대에서 근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평점 :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가늠해보고자, 서양사를 들여다보며
반면교사를 찾고자 한 <나의 서양사 편력 1>은
고대부터 근대의 전반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오랜시간 연구한 존 밀턴에 관련된
글 5편이 더해져 있는데, 그가 손꼽은 결정적인 장면들은
그 자체로는 짧은 분량이지만, 단순히 암기식으로 배우는 역사가 아닌 우리가 지금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정확히 찾아내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반달리즘과 피맛골’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반달리즘 하면, '고의
또는 무지에 의해 예술품이나 공공시설을 훼손하거나 약탈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반달리즘의 단어의 유래도 내가 아는 것과 조금은 다른 면이 있었다. 실제로는
‘새로운 로마’를 만들고자 ‘옛 로마’를 파괴했던 로마인들 자신이 더욱 많은 훼손을 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외국을 나가면
그 곳의 풍경이 한폭의 그림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물론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른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이 살아온 도시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일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과거와 너무나 단절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 그런데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도 ‘새로운 서울’을 만들겠다며 파괴한
결과가 바로 ‘피맛골’이다.
피맛골은 '피마避馬’에서 유래되었는데, 벼슬아치들을 피해 종로 뒷편 골목으로 사람들이 피해서 왕래하게 되면서 화려하게 꽃핀 서민문화를 간직하고 있던
공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런 유래를 떠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새로운 로마’를 만들고자 했던 로마인이나 ‘반달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마케팅에 관련된 업무를 해와서, 눈에 확 들어왔던 이야기가
있다.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와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황금사자상인데, 그런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 기법이
이미 중세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상당히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과인은
국가와 결혼을 하였다’라고 말한 걸로 기억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1세가
유럽의 많은 구혼자들을 대상으로 요즘 말하는 밀당을 하면서 잉글랜드의 위상을 올렸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또한
007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가 그녀의 스파이였던 존 디를 모델로 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왜 007일까 생각해본적도 있는데 그저 행운의 표상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여왕의 비밀스러운 눈이라는 두개의 원과 성스러운 행운의 숫자인 7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는 숫자에도 힘이 있다고 여겼다고
한다. 007 제임스 본드의 힘은 중세부터 이어져 온 것이 아니겠는가?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중간중간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등장해서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