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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익숙한 작가가 아니면 작가의 이름을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딱 눈에 들어왔다. ‘김희선’ TV에 혜성처럼
등장한 탤런트 김희선은 그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톡톡 튀는 매력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물론
우연의 일치겠지만, 작가 김희선의 소설집 <라면의 황제>도 그렇게 톡톡 튀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탁소 한 켠에 박혀있던 오래된 카펫을 둘러싸고 풀어나가는 이야기 <페르시아
양탄자 흥망사>는 4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세탁소 주인의 삶을 통해 한국, 이란의 흥망사를 가볍게 풀어내는 책이었다.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금방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사건들이 희미한 뒷배경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다. 1977년
한국에 선물로 들어온 헤라트 카펫, 일명 페르시아 양탄자를 갖고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첫 번째 소설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책이다.
그 다음에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라면의 황제>였다. 이 이야기에서는 미래의 어느 날, 라면이 죄와 타락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몰락하게 된 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날 끊여먹는 라면의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한편에서는
비밀리에 라면 동호회를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일명 라면의 황제라고 칭송받는 김기수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다가오던 ‘라면의
황제’라는 칭호에는 가볍지만 재미있는 반전이 있었다고 할까?
그리고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형태의 우주인의 방문을 그린 <지상 최대의 쇼>는 비행접시가 도시의 일상으로 변해가고
그리고 그런 평범함이 과거 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소설 <페르시아 흥망사>에서 희미하게 처리되던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은 섬뜩한 느낌의 <개들의 사생활>과 천재소년이 등장하는 <교육의 탄생>은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발상의 전환이 인상적이던
소설집중에서도 가장 튀는 소설이기도 했다. 정말이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은 작가의 탄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