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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삶과 죽음 정의나 행복 정말 수많은 주제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125가지를 하창수가 묻고 이외수가 답한 대담집 <뚝>. 조금은 딱딱해질 수도 있을 거 같은 내용도 말을 주고받으면서 유연하게 풀어내는 걸 보며 질문을 답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질문을 하는 사람의 역할도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거기다 ‘고전 옆차기’라는
쉬어가는 식의 코너가 있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토끼와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학생들의 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우리의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비유하는 것은 정말 무릎을 치고 싶을 정도로 감탄스러웠다.
어떤 이야기로 리뷰를 써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참 많아서 도리어 고르기가 힘들었는데, ‘크림빵아빠’사건의
용의자가 자수를 했는데 ‘자수해 고맙다’라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 기사를 보곤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기사를 읽으며 수없이 나라면 절대 이런
말을 하지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얼마전에 본 TV프로에서
용서한다고 해서 잊는 것이 아니라던 이야기에도 공감했지만, 머리론 이해하도 가슴으로 ‘용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외수는 용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용서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용서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게 될 일도 생각해보라고도 한다. 하지만 타인의 용서를 먹고 자라는 괴물에 대한 언급을 할때는 그가 말하는 ‘존버’실천법이 어떤 것인지 딱 감이 왔다고 할까? 쉽지는 않지만 용서는
해야 한다. 상대가 반성하거나 달라질 가능성이 보일 때 언제라도 용서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하지만, 잘못된 용서로 상대의 잘못된 행위를 방조하지 않게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용서가 아닌 ‘용서할 준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에 대학 진학률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왜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고 자살률은
최상위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기억이 난다. 우리는 예수나 부처의 가르침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나중에 높은 산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다시 한번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저 험준하고 높은 산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 수 있게 부드러운 능선으로
스스로를 낮출 수 있는 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많이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의 차이도 그런 것에서
온다는 생각도 했고, 한편으로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