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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이제는 소설과 ‘썸’을
타는 건가? 정말 소설인듯, 소설아닌, 소설 같은 <디 마이너스>이다. 정말 이렇게 짧아도 되나 싶게 한 두 장으로 나뉘어진 에피소드들은 마치 그날의 일기를 한장 한장 넘겨 보는
듯 하다. 어쩌면 너무나 일상적이기도 하고, 또 너무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태의는 새내기 환영회에서 스스로를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여기는 ‘되바라진 새내기’였다. 하지만
작년에도 그리고 내년에도 그런 신입생은 들어온다. 그리고 그렇기에 스스로 특별하다고 여기는 그들은 특별할
게 없다고 한다. 문득 나 역시 거쳐야 했던 신입생 환영회가 떠오른다.
정말 가슴이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장했었다. 그리고 그런 신입생은
작년에도 내년에도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되바라진 새내기’에 비해 수는 발에 채이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담아낸 1900년도 후반부터의 10년의 세월이 나에게는 참 독특하게 다가왔다. 책 말미에 있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연표를 보며 더욱 그러했다. 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너무나
다르다는 것은 ‘낯선 익숙함’이라는 아이러니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나 역시 그 즈음에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떠올리는
대학생활은 조금 더 무채색에 가깝고 또 미적지근 했다. 그래서 그의 일상 속에서 언뜻 언뜻 느껴지는
치열함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생각해보면 나도 한총련사태의 근처에 서있기도 했었다. 뭐랄까.. 이상한 공기가 학교를 감돌았었다. ‘투쟁이다, 한총련이여’라던
북소리에 따라 비장하게 부르던 노래와 민중가요 동아리에서 나와서 부르던 ‘전화카드한장’이라는 서정적인 노래가 너무나 안 어울려 서걱거리는 느낌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한총련 간부들이 우리학교에 고립되었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즈음 방학을 맞아 중국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간 친구가 귀국을 해서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커피숍
안에까지 꽤 험악한 공기가 흘러 들어오곤 했다. 하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와서 검문을
받았노라고 웃던 친구의 얼굴만이 남아있다.
참 독특한 책이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면서 수없이 나의
이야기를 꺼내보게 된다. 별 거 아닌 사소한 그런 이야기들이 말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 추억 속에 사진처럼 멈춰있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