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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 왕실의 운명을 건 최후의 도박, 바렌 도주 사건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이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왕을 섬기며 살아온
프랑스인들에게는 국가재정파탄과 피폐해진 삶에 대한 화살을 왕에게 돌릴 수 없었다. 그래서 적국에서 시집온
거기다 화려하고 섬세한 그래서 일장춘몽 같은 로코코문화의 정점에 서있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분노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그녀가 자초한 면도 많지만, 실제로 그녀의 이미지를 더욱 저속하게
만들고자 하는 조작이 계속 이루어졌고, 그녀 역시 일정부분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희생양의 역할에 순응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상사에 기민하지 못했고, 철이 들지 않았던 것이 그녀의 잘못이
아닐까 하던……
이번에 읽은 <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은 1791년 6월 20일 프랑스 왕실 도주사건을 한편의 소설처럼 다루고 있다. 그녀가 '불행해지고 나서야 비로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꽤나 의연한 모습과 부르봉 왕비로서의 긍지를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루이 16세의 요즘 같았으면 결정장애가 아니냐는 소리를 충분히
들었을 법한 우유부단함과 국부인 자신에 대한 사랑과 왕권에 대한 민중의 경의가 계속되리라는 착각은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이 모든 탈출작전을 총괄한 것은 마리 앙투와네트의 연인 페르센이었다. 그는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1200억원정도의 돈을 모아 작전을 세밀하고 빈틈없이 계획했지만, 루이 16세는 그 모든 것을 망치기에 충분한 인물이었다.
의지가 강해야 운도 따른다고 했던가? 정략결혼으로 각자 애인을 갖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로코코시대지만, 루이 16세가 페르센에게
보인 자세는 분명 ‘질투’였다. 하기사 자신의 부인의 정인에게 자신의 가족의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미리 페르센에게 언질을 주었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작전은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루이 16세의 밑도 끝도 없는 낙관주의는 그들의
도주를 납치로 정의한 라파예트의 묘수는 결국 모든 것을 파탄으로 이끌게 된다. 사실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이들의 도주가 실패로 끝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결론을 알고 읽어나가고 있었음에도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되고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