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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보는 조선왕조 - 왕비, 조선왕조 역사의 중심에 서다
윤정란 지음 / 이가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상 왕비로 추존되거나 책봉된 여인은
44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왕비로 보는 조선왕조>는 실록에 어느정도 기록을 남긴 30명의 왕비를 다룬 책이다. 남성중심적인 위계질서를 갖고 있던
유교사회, 조선에서 국모라
칭해지던 왕비로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동반자에서 점점 국정에서 배제되어 가던 왕비,
유교적 이념이 체계화되는 와중에 왕비의 입지, 안정되어가는 상황에서 정치세력과의 관계를 매던 왕비, 국정을 주도한 왕비들의
이야기까지, 총 4가지 시기로
구분해서 다루고 있다.
존엄한 자리에 있었지만, 내 생각보다 더욱더 유교적인 여성관에 사로잡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왕비의 삶이었다. 조선 15대왕 광해군의 왕비였지만, 광해군이 폐위가 되며 함께 폐위가 된 폐비 유씨가
다시는 왕실의 부인으로 태어나지 말게 해달라고 기원을 드린 것도 이해가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공신세력을 숙청해 안정적인 기반을 세종에게 물려준 것처럼 외척세력을
숙청한 태종이 니 아비를 죽인 것을 원망하느냐는 말에,
"제 아비는 죄인이옵니다.
신첩은 출가외인이라 오래 전부터 상왕 전하를 친가의 아버님으로 여기고
있사옵니다."라고 대답해야
했던 세종의 부인 소현왕후 심씨의 마음은 어떠했겠느냐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효’를 중시하는
유교이기에 왕비가 아닌 대비가 되었을 때, 즉 왕의 어머니의 역할이 되었을 때 더 강단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세조가 세상을 떠나고 여성으로서 실권을 휘어잡은 정희왕후 윤씨가
그러하다. 수렴청정을 시작한
인물이기도 했는데, 후에 왕의
자리를 결정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고려할 정도로 판세를 잘 읽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세조와 마찬가지로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 권씨의 저주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다. 그
후에 이어지던 현덕왕후 권씨의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내명부가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궁에서 왕비의 자리에 올랐을
뿐인데, 그것을 아들이 왕의
자리에서 억울하게 내쳐진 하나의 빌미였다니,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왕비의 시점으로 조선왕조를 바라보니,
이 비극은 연산군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정희왕후 윤씨의 정치적인 계산으로 아들이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어 소혜왕후가 된 한씨는 아무래도 실권을 쥐고 있던 정희왕후와 맞서지 않고, 학문에 관심을 두고 부녀자를 위한 교양서 ‘내훈’을 썼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종이 친정을 하기
시작하자, 숭유억불정책의
조선의 통치이념을 내세운 젊은 유학자들의 공세를 물리칠 정도로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연산군의 어머니였던 윤씨를 폐비시키는데 앞장서게
되는데, 후에 이런 문제들이
얽혀서 연산군의 폐악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단종을 떠올리게 된 것은, 연산군은 자신이 강력한 정통성을 확보한 군주라고
생각해왔는데, 윤씨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통성의 위험을 받게 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단종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유교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고단한 면도 있었지만, 또 그녀들이 확보하는 정통성이 왕의
정통성과 직결되고 있는 것을 보면 흥미롭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