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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
정목일 지음 / 청조사 / 2014년 9월
평점 :
종교가 불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풍경소리, 그리고 그 바람을 타고 다가오는
은은한 향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산줄기의 흐름을 그대로 옮겨 온듯한 지붕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었다. 어린 마음에도 참 조화롭다고 느껴지던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더욱 딱딱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한국 서정 수필의 대가’라고 불리는 정목일 선생의 <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를 읽으며, 그때 느꼈던 유연한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어 즐거웠다.
우리 민족은 산기슭에 마을을 이루며 살아왔다고 한다. 우리 외갓집을
가면 참 잘 느낄 수 있는 그런 풍경이다. 아침이면 마당을 쓸고 뒷산어귀에 약수물을 뜨러 가시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정말 산에 익숙한 분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정말 다양한 산나물을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산나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절로 할아버지의
푸근한 미소와 할머니의 맛깔나는 손맛이 떠오른다. 산나물을 ‘산의
은총’이라고 표현하던데,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그렇게 크고
깊은 산의 은총을 골고루 나누어주셨던 분이 아닌가 한다.
화려한 나전칠기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잘 살려 버려진 조개와 전복껍데기를 이용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한국인의 소망과 염원을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엄마가 쓰는 가구가 나전칠기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촌스럽게 보이던지 많이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하나도 제대로 볼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항상 마른 수건으로 가구를 닦던 엄마는 그 속에 그려져 있던
조화롭고 이상적인 그림들을 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1월이라 그럴까? 1월부터 12월까지의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해보는 글을 보며, 내가 지나가야
할 2015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
생일이 있기도 하고, 2015년이 시작된지도 얼마 안된거 같은데 벌써 코앞에 와있는 2월은 ‘겸허’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늘 아빠가 ‘겸손’하라고 강조했었는데, 왠지 나에게는 그런 부분들이 필연적인 덕목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2월은 다른 달보다 짧다. 그래서일까? “부족하기에 하루하루를 더 알뜰이 하라”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이번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