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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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비밀이 됩니다. 비밀은 부끄러운 것이 되고 두려움과 잘못된 신화가 되기 쉽습니다. 나는 언젠가 그것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죄스러운 일이라고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 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극작가인 이브 엔슬러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 말이다. 사실 나는 수많은 배우들에 의해 공연된 이 작품을 아직 보지는 못했다. 먼저 보고 온 친구의 소감만 들은 적 있는데, 그때 받았던 인상이 상당히 강렬했고 솔직히 어느정도의 거부감이 있었다. 이브 엔슬러의 책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갖고 있는 막연한 거부감은 외면하고 싶은 것을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했다. 그런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녀의 연극이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한 것보다 책이 다루고 있는 것에는 그렇게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너무나 안타깝고 때로는 그 잔인함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브가 암선고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그 당시를 구르듯이 암 마을의 암 병동 복도에 들어섰고, 비리비리해 보이는 의자를 발견하고는 거기 앉아 목 놓아 울었다.’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은 나를 할아버지가 암선고를 받고 난 후의 시간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했다. 암이라는 것은 사람을 순식간에 죽음이라는 문제 앞으로 끌고가서 무기력한 자신을 확인하게 해주는 그런 병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암투병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또 그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콩고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시켜나가고, 모든 여성,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까지 확장해나간다. ‘왜 내 자궁에 암이 있는가?’라는 절박한 질문은 그녀의 고통스러웠던 과거, 그리고 그 고통을 승화시켜나가는 현재로 이어지게 한다.

아무래도 극작가여서 그럴까? 그 과정이 아니 그녀의 책 전부가 한편의 시 같은 느낌을 준다. 너무나 솔직하고 풍부한 감정을 전해주는 그런 시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을 읽으며 많이 머뭇머뭇거렸던 거 같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그렇게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나를 바라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낯설게 다가오는 거 같다. 사회의 관습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자신을 가리고 포장하는 사람들에 익숙해서겠지. 일단 나부터 그런 사람일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렇게 주춤거리며 거리감을 두려는 나이지만, 결국 솔직함앞에서는 모든 경계를 풀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가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는 어느정도 명확한 편이고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겠지만, 나의 독서경험에 대해 글로 남기며 마무리하고 싶은 이유는 그것도 그녀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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