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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 - 일상을 위협하는 법 만능주의
필립 K 하워드 지음, 김영지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평점 :
언제던가, 그런 만화를 본적이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인데, 법이 너무 많아서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에 자신이 할 행동을 입력하면 합법인지 불법인지 출력을 해주는 그런 것이었는데, <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를 읽으면서 꼭
만화 속의 이야기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필립 K, 하워드는 현재 연방 법령의 공식규정은 1억 단어를 넘어섰다며,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에 비유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법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지배하고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그 법이라는 것이 우리의 실생활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작은 커피숍에서는 이제 플라스틱 식기와 포크를 내놓고 있다고 한다. 식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규정상
식기세척기를 비치하거나 화학적 처리를 해야 하는데, 커피숍에는 식기세척기를 놓을 공간도 없고, 화학적 처리는 그 가게에는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득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씨를 흉내내고 싶었다.) 아무리
환경호르몬을 막은 플라스틱 제품이라고 해도, 사람의 손으로 닦은 그릇보다 좋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심지어 미국을 ‘규제국가’라고
하고, 절차 때문에 결정이 계속 미루어지는 것을 ‘관료적
동맥경화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서방국가에서 승인한
약이라도 미국에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병이라는 것은 인간의 절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일본까지 가야 했고, 또 거기서 준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매주 멕시코 국경을 넘는 남자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럴 때 보면 정말 ‘관료적 동맥경화증’이라는 비유가 딱 이다 싶다. 심지어 농약검사 같은 문제에서도 그
증상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법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절차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입법자와 관료들은 법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심지어 그 법들을 비교해서 상충되지 않게 하거나 줄이려는 노력조차 부족하다고 한다. 뭐
일본에서는, 절차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를 책임소재를 흐리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식에 따라 행동하고 책임지는 자세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