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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중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성城에 싸인
한양 땅에서 기 못 펴고 지내기가
병든 새 조롱 속에 갇힌 것 같더니만
말채찍 울리며 성 밖으로 나아가니
아득한 산과 들에 야색夜色이 깔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청운의 꿈을 안고 성실하게 학문을 갈고 닦았으나 결국 그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약용과 그의 지인들, ‘죽란시사’라고 했던가? 그들과
뭐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는 나라 걱정을 내려놓지를 못했던 거 같다. 백성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결국 민란을 일으키고, 또 그 화가
그들의 가족을 다 몰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런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 조선 후기 사회에서 그는
오로지 그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방법이 백성에게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백성들이 잘 살아야 비로서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뜻하지 않게 유배를 가게 된 상황에서도, 그 가난한 유배지에서도 잘만 다스린다면 낙원을 만들 수 있으리라며 자신도 모르게 펼쳐지는 꿈을 보며 헛웃음을
삼켰던 분이 아닌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목민관으로서의 삶을 내려놓지 못하던 분이 아닌가 싶어, 새삼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그런 정약용이 자신의 꿈을 펼치던 곳이 있었다. 중편에서는 그 곳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바로 황해도 곡산인데, 그는 곡산부사로
부임하면서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잠시 맛보기도 한다. 신분을 숨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모습을 보면 ‘팩션 역사소설’ ‘조선 명탐정 정약용’에서 보이는 유들유들함과 말재주가 잘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는 지인들에게 지나치게 외곬으로 일한다는 평을 듣곤 했는데, 죽란시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그를 좀 더 다채로운 인물로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상적이었던 것, 바로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그가 펼친 정책들은 백성을 살기 좋게 해주었고, 결국 곡성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위민위국(爲民爲國)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일이다. 그렇게 오롯이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을
안고 살아가던 정약용이지만, 그를 겨냥한 벽파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결국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을 하게 되어 형제들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선인들
남긴 글 차례로 읽어가며 남은 생애 이 속에서 의탁하리라' 라는 시처럼 그가 살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군신지간이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이였던 정조의 죽음은 더 이상 그를 비호해줄 인물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