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글.그림, 황호덕.김희진 옮김, 황호덕 해설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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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단행본을 출간한 김동성. 그의 책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번역하고, 1918년 매일 신보에 그가 연재한 <미주의 인상> 그리고 그의 책에 대한 당시의 평과 번역자의 해설까지 알차게 담은 <米洲의 印象>. 사진자료도 많고 심지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는 정말 오래된 책처럼 종이를 처리해놔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그러나 재미뿐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나는 1910년대의 미국과 한국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의 서문을 쓴 <신시내티 인콰이어러>편집장의 서문을 보면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인 서양일 것이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는 우리 모두가 동족임을 입증한다라고 했는데, 그 후로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모두 하나임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김동성은 <미주의 인상>에서 자신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의 바다라고 했던가? 그 속에서도 자신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자신에게 인사를 건낼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을 그렇게 표현했다. 아마 그가 살아간 조선이라는 공간은 그와 반대였기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글쎄, 그가 뉴욕에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은 칭크도 아닌데 하던 것은,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한동안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긴 시간이 흘러도 외국에서의 한국의 정체성은 모호하기만 한 거 같다.

그는 미국의 제도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한다. 모든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신분이 세습되지 않고 대통령을 4년에 한번씩 선출한다는 사실에 꽤나 감탄을 하는 눈치였다. 사실 이 책은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라는 시리즈의 1권이다. 2권은 <경성 에리뜨의 만국 유람기>인데, 두 권의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심지어 책을 외울 필요가 없이, 공공 도서관에 가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보인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조선시대는 책이 참 귀해서 외울 때까지 읽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공공 도서관을 봤을 때의 충격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가 야구가 얼마나 큰 사랑을 오랫동안 받을 지 예측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자동차는 소유주의 광고대행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마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차가 그 사람의 재산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은 지금도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난폭운전이 뉴스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김동성은 제 무덤을 향해 돌진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웬만한 교통사고는 뉴스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하기사 그때도 일요일에는 너무 사고가 많아서 많은 건수가 보도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 우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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