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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팔만대장경이 어디 있느냐?"
"방금 보고 오지 않았느냐."
"아! 그 빨래판같이 생긴 것 말이에요?"
일명 ‘국보 빨래판’ 사건 이후 법정스님은 ‘소통언어’를 필요성을 느끼시고,
그 후 대중이 사용하는 언어로 글쓰기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이제 법정스님께서는 떠나셨다. 당신에게 봄마다 꽃공양을 해준 오두막 뜰 철쭉나무에
뿌려달라시던 그 마음처럼 우리에게 많은 책을 남겨주셨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제목조차
너무나 좋은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를 읽으며,
법정스님과 성철스님의 이야기가 간간히 나와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원철스님을 새롭게 알게되어, 행복했다.
<삼시세끼>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이서진이 맷돌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커피 문화를 조금 더 주체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의 일환으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부콩 맷돌을 잘 돌리는 할머니는 커피콩도 잘 간다고 한다. 또한 깨를 잘 볶는 할머니가 커피를 잘 볶는다고 하니, 그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그 이치는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성철 스님과 법정스님의 일화를 읽으면서도,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년님의
일화를 읽으면서도 커피콩과 맷돌이 떠올랐다.
뭐랄까? 어떤 분야든 성철스님의
표현처럼 ‘밥값’을 하는 사람들은 잘 통하는
것인걸까?
한문에 능통했던 아빠는 딸이름으로 하려고 두개의 이름을 간직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러다 사촌언니가 태어나면서 하나를 사촌언니에게 주었는데, 그게 바로
‘선경’이라는 이름이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내가 초등학교때 언니는 이미 여대생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세련되고 도도한 언니가 부러웠는지, ‘선경’이라는 이름을 가지면 저렇게 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황이 장군시절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병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병사는 말썽꾸러기였다. 그래서 대황은 그에게 가서
"병사는 두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네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네
인생을 바꾸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원철스님은 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이냐’라고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 후로도 이어진다. 이와 비슷한 붓다의 말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출신에 의해 천인이 되는 것도
아니요. 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촌언니의 이름을 가졌어도 나는 그대로 나일
것이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철 스님이 일상속에서 느낀 생각들을 간결한 글로 옮긴 이 책은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