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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에서 독서치료사로 활동하는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의 <소설이 필요할 때> 인생에서 부딪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부터
꽤 복잡한 문제까지 정말 다양한 증상에 따라 처방된 751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독서치료’는 문학 애호가들이 수세기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낯설다고 느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독서치료’에 꽤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남독녀로 성장하다보니,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자매가 있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사업으로 바쁘셨던 터라 <소공녀>를 읽으며, 집에 가면 일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아닌 부모님이 문을 열어주시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어린시절 나름의 치유법을 찾고 있어던 것일까?
어렸을 때에는 동화도 참 좋아하고 소설도 즐겨 읽곤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소설과 멀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올해 독서 목표중에 하나가 소설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있었을
정도였는데, 만약 이 책을 올해 초에 만났다면 정말 좋은 가이드북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올해도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해서, 같은 목표를 내년에 갖게
될 것이 뻔하기에 이 책은 한동안 내 손이 닿는 곳에 머물 것이 분명하다. 정말 다양한 증상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데, 특정한 나이에 접어 덜었을 때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또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때라는 표제어도 제시되어 있다.
다만, 이런 분류가 다 영어로 되어 있는데, 표제어에
대한 설명이 끝났을 때 ‘더 찾아보기’라고 하여 비슷한 방향의
표제어를 제시해주는 과정에서 영어가 함께 써있지 않다. 물론, 뒤에
증상리스트를 한글로 다시 정리해놓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영어로 분류된 사전 같은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해놨으면 살펴보기 더 편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침대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때’라는 표제어가 있다. 물론 그 원인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그 원인들마다의 독서테라피가 또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
상황에 제시된 책이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의 <침대>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실 <침대>는 내가 읽다 포기한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나이다. 침대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 주인공, 그의 몸무게는 647KG인데
자신의 몸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의 생리적인 문제점에 대한 묘사가 책을 읽어나가는 것을 힘들게 했던 책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정말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마음을 위로해주는 독서테라피도 풍부하다. ‘지치고 감정적이
될 때’에 소개된 케이트 제이콥스의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이라는 책은 나 역시 좋아하는 책인데, 따듯한
양모타래 같은 이야기가 엮여져 있어서 저절로 위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보다는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제시하는 독서테라피에 자꾸 눈길이 갔다. ‘인터넷 중독일 때’에 제시된 책은 존 쿠포 포위스의 <울프 솔렌트>인데,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때는 눈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내가 느끼는 증상 하나만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촘촘한 거미줄처럼 나를 수많은 책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삶의 문제에
부딪칠때나 마음이 복잡할 때도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나처럼 소설이라는 세계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를때도 정말 완벽한 친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