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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업(up)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 수천 개의 풍선으로 집채로 두둥실 날아올라 먼저 하늘나라로 갔던 아내와 약속했던 모험을 하러 가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을 지키고 싶어했을 뿐이었는데,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만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이 애니메이션에 모티브를 준 실화가 있었다고 한다. 시애틀
근교의 작은 마을 밸러드를 개발하고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그저 자신의 집에서 살고, 거기에서 죽고 싶어하는 노부인과 쇼핑몰의 현장감독관의 우정을 그린 <나의
삶 나의 집>이다.
집이란 어떤 곳일까? 무남독녀로 성장해서일까? 나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라, 책을 읽으며 이디스
할머니에게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디스 할머니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쇼파에서 인생을 마무리 하신 후, 그
집을 물려받게 된 현장 감독관 베리가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음반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그리고 CD로 그렇게 이디스가 지나온 시절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공간, 그녀가 즐겨 읽던 책과 좋아하는 ‘워커스
퓨어 버터 숏브래드’까지.. 사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과자와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비슷한 취미라서 그럴까, 이디스 할머니가 남 같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대형쇼핑몰을 지으면서 이디스 할머니 부지를 빼고 지었다는 이야기에 고집불통의 할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런 면도 조금은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다채롭게 가꾸어온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베리처럼 할머니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지역을 개발하는 회사에서는 그녀의 집 가격에 10배가 넘는 75만불을 제시하면서도 또 다른 방향으로는 복지사를
보내 요양원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디스를 괴롭힌다. 사실 자신의 집에서 살던 대로 살아가고, 거기에서 죽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닐 텐데 말이다. 현장감독관인
베리에게도 화를 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합의점을 찾아내고 우정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베리는 이디스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가족과 노화로 쇠락해가는 부모를 이해해나가기도 하고, 또 단조로운 자신의 삶에 조금씩 다채로움을 더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풍선장면이 그저 만화의 한 장면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디스의 집을 산 사람은 실제로 애니메이션
<업up>에 나오는 집처럼 집을 띄워서 그 곳에서 자신의 신조에 따라 살아간
이디스의 이야기를 오래 오래 남겨둘 생각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듯해지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실화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CSI 마이애미편을 보면서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도시가
바로 마이애미인데, 가고 싶은 이유가 또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