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노르웨이, 복지강국으로 손꼽히며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로 느껴지는 곳이다. <스노우맨>으로 처음 만나 만나게 된 해리 홀레 시리즈를 쓴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책도 그러했고, 그가 거장으로 대우하는 카린 포숨이 그려내는 그 곳의 일상은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몇권의 책을 읽고 노르웨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 어디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하지 않던가? 복지천국이라고 말해지는 노르웨이의 환한 빛 뒤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몰랐다는 생각도 든다.

카린 포숨의 <야간시력>사랑을 갈망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사이코패스의 고백이라는 부제에서 너무도라는 단어를 조금은으로 바꾸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 노르웨이 작은 마을에 있는 뢰카 노인 요양원에서 11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는 중년의 남자 릭토르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무섭고 섬뜩하기보다는 차갑다. 그는 메르테르 호수를 둘러싼 공원을 산책하면서 그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마음대로 재단하며 시간을 보낸다. 사실 그 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저 지극히 부정적이고 지극히 잔혹한 인물인가보다 할 수 있다. 상상속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처벌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요양병원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고, 죽음을 기다리는 일만이 남은 환자들에게 은밀하게 가혹한 학대를 가한다. 그런데 그의 그런 생각과 행동들은 악의 근원처럼 느껴지기보다는 지독하게 차갑게 느껴진다.

사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심리학자라면그의 어린시절이나 가정환경 혹은 학창시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면을 걸어서라도 그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규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극히 평범하다. 그래서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처음부터 없었던 인물이 아닐까 한다. 그는 밤에 세상을 더 잘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득 사람의 마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없기 때문에 도리어 외적인 능력이 강화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문득 릭토르에게 빠져들게 된다.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그의 습관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의 시선으로 때로는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평가할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순간 누군가 등뒤로 얼음을 하나 집어 넣을때의 감각처럼 소스라치게 그에게서 빠져나오게 된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또 그 후에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아닌 다른 살인으로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좀 더 빠르고 촘촘하게 그려지면서 몰입도가 높아지기 전까지는 몰입과 소름의 반복이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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