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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골든 슬럼버’의 이사카
코타로의 산문집 <그것도 괜찮겠네>.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밖에서 읽었다면 조금 창피할 뻔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설로 그를 만났을때나 사진 같은 것으로 봤을때는 조금은 차갑고 삭막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말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 정말 현학적인
인물일거 같은데 에세이를 읽으면 그냥 옆집 괴짜 아저씨같은 느낌을 받을때와 비슷하다고 할까? 소설가의
에세이는 그런 매력이 있어 좋다.
스스로를 ‘속이라고는 고양이 마빡보다 좁다’라고 평한 그는, 절판된 책을 헌책방에서 입수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것을 나만 갖고 있다’라는 우월감을 즐기던
그는 책이 복간된다는 소식에 ‘아이고 이런’이라며 탄식을
하게 된다. 나도 가끔 그런 일을 겪는다. 분명 우리나라에 5개밖에 안 들어온 상품이라고 했었는데, 금새 그 물건을 든 사람을
만나면, 순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수제품도
아니고 혼자만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면서도 그런 우월감에는 왜 그렇게 쉽게 빠지는지 알 길이 없다.
이사카 코타로의 아버지의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었다. 늘 사료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길가는 강아지들에게 준다는 아버지는 개 코가 촉촉히 젖어 있는게 건강의 징표라면서 코가 마른 개를 만나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코에
발라주신다고 한다. 정말 본말이 전도된 일이 분명함에도 나도 반려견들에게 그런 엽기적인 행동(친구의 표현에 의하면)을 해보았기 때문에 신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근래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또 삶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청춘이란
아무 근거 없이 나한테만 나만의 맞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기’라… 내 청춘이 딱 그랬기에 마음에 와닿았다. 아마 누군가 당신의 청춘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딱 저렇게 대답해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여행을 가면 독서를 하리라고 늘 다짐하며 책을 바리바리 싸갔다가 막상 많이 읽지 못하고 오는 나에게 딱
맞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독서는 정신적인 여행’이라며 여행을 가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중의 여행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여행을 가면 멍하니 풍경에 빠져있을때가 많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여행지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해주어서 좋았다. 짧은 이야기들이 수없이 이어지는데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마냥 아쉬운 마력이 있다고 할까? 정말 읽고 또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