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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ㅣ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4년 11월
평점 :
한국의 근현대사를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낸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참 답답하기만 했다. 미처 알지 못하던
우리 역사의 숨겨진 모습들은 생각보다 더욱 불합리하고 상식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야반도주는 유명한 사건이지만, 그 일을 이행하기 전에 상황은 더 참담한 수준이었다. 주한 미 대사에게 “내가 만약 공산주의자들에게 잡히면 한국에는 재앙이야”라는 이승만의 말에 미 대사 무초는 “결심은 각하 스스로 하시는 것입니다만
저는 여기 서울에 머물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습남침이 일어나고 2일후 새벽에 열린 국회 본 회의에서 “국회는
일백만 애국시민과 같이 수도를 사수한다”라는 결의안을 가결하고 대통령에게 전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 곳에 대통령은 없었다. 가끔 국가 비상사태에 최고지도자의
피난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선조의 그것과 비교되곤 하지만, 전후상황을 살펴보면 선조의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하실 법한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독립투사 강우규 의사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64세의 나이, 요즘으로 따져도 꽤 연로한 나이인데 그 시대였다면 더욱 크게 다가올 숫자가
아닌가. 그런데도 그 연세에 새로 조선 총독이 부임한다는 소식에 결연한 다짐으로 조선땅으로 돌아오신
분이었다. 그리고 폭탄테러를 감행하였는데, 사형을 앞두고
남겼다는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단두대 위에 서니 봄바람이 이는구나.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상이 없으리오." 그런
강우규 의사를 체포하고 고문하고 사형대에 보낸, 아니 그 일 이외에도 수없이 비윤리적인 일을 벌인 친일
경찰 김태석은 나중에 "저 혼자 한 일이 없습니다. 거듭
말합니다만, 일본말로 고쓰카이(소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자신을 변호했다고 한다. 그 자가 결국 이승만의 반민특위 파괴에 힘입어 석방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옆에 ‘어느 나치 전범의 최후’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바로 1급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검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행동하지 않은 죄”
해방후에도 서울대 국사학과와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큰 영향을 갖고 있던 친일 사학자 이병도, 신석호가 있다. 그들의 눈으로 재단된 우리의 역사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나 역시 그런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겉으로 드러나는 권위에 무비판적으로
기대고 그것을 수용하다보면 나 역시 그릇된 역사관을 갖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역사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한다. 이번에 읽은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솔직히 말하자면 잘 숨겨두고 싶은 그런 역사적 사실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창피하다고 해서 숨겨두기만 해서는 나 역시 의심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