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줄 몰랐어
모르강 스포르테스 지음, 임호경 옮김 / 시드페이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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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소개 정도만 읽었는데, ‘죽을 줄 몰랐어라는 제목에서 주는 무책임함, 무감각함 때문인지 아이러니한 이야기라던가, 아니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이야기인가 정도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프랑스 전역을 공포로 뒤덮었던 일란 할리미 납치사건을 취재하여 집필한 이 르포소설은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포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공포하면 떠오르는 잔인한 장면, 피가 난자하는 그런 장면이 아니라 그냥 어떻게 보면 일상 속의 모습들이 그런 감각을 일으킨다는 것이 도리어 더욱 섬뜩하다.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랍계 프랑스인 야세프, 그는 프랑스인도 아니고 아프리카인도 아닌 그 경계에 서있는 인물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벌어서 코트디부아르로 돌아가 멋지게 살아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유대인을 납치하기로 한다. 참 이런 사고의 전환이 놀랍다고 할까? 유대인이 선택된 이유는 그들이 부자라서, 그리고 그들이 공동체 의식이 강해서라는 정말 단순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야세프에 동조하는 십대들이 얽히고, 잘못된 판단으로 움직이는 경찰이 합세하면서 이 사건은 납치에서 살인으로 확대되어간다. 그런데 이 과정이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사건에 가담했는데, 이들은 타인의 자유와 생명을 협박수단으로 하는 것에 그다지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정말 말 그대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느낌이랄까? 그제서야 책의 제목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그들도 죽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수많은 가담자의 이야기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엮일 줄은 정말 몰랐다.

르몽드는 이 사건을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확대경을 통해 본 것과 같은 시대적 범죄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민자의 사회통합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결국 복합적 반유대주의라는 언급까지 나오면서 유대인들의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인종, 종교 이런 문제보다, 그저 물질만능주의가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느껴졌다. 돈만 많이 가질 수 있다면,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나와 같은 한 사람을 납치하고 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며 감시하면서도 겉으로는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많은 가담자의 모습이 그렇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의 그런 무감각함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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